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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괴물 하현승, 내년엔 1군에서 사라져라…키움이 배워야 할 사사키·오타니 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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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원을 투자했다. 이제 그 돈이 아깝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 남았다. 키움 히어로즈가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을 안긴 하현승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투수와 타자 양쪽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초대형 유망주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1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키움이 진정으로 하현승을 크게 키우고 싶다면 정반대의 선택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하현승이 내년 시즌 최대한 1군에서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16억원이라는 계약금은 하현승의 현재 실력에 대한 평가이면서 동시에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다. 키움이 당장 몇 승을 더 거두거나 홈런 몇 개를 더 얻기 위해 지불한 돈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팀의 중심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육성의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빨리 1군에 데뷔시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완성도 높은 선수로 만들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문제는 키움이 그동안 보여준 유망주 육성 방식이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키움은 신인 선수들에게 비교적 빠르게 1군 기회를 제공해 왔다. 다른 팀이었다면 퓨처스리그에서 상당 기간 경쟁력을 증명해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키움에서는 훨씬 일찍 주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쟁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어린 선수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 최고 수준의 경쟁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올 시즌 박준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준현은 22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1군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얻었지만 1승10패, 평균자책점 5.75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고졸 신인에게 22차례의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얼마나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패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면 의미가 있다. 반대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비슷한 실패만 반복했다면 많은 등판이 반드시 좋은 자산으로 남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정현우와 장재영 역시 키움이 돌아봐야 할 사례다. 두 선수 모두 대단한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고 일찍부터 1군 무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물론 부상과 제구 문제, 개인별 성장 속도 등 서로 다른 사정이 있었던 만큼 이들의 시행착오를 단순히 조기 1군 기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1군에서 기회를 많이 주는 것과 선수를 제대로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어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1군 경험은 그 능력을 확인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선수를 먼저 올려놓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하현승처럼 투수와 타자 양쪽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육성 사례는 키움이 참고할 만하다. 현재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사사키 로키는 고교 시절부터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일본 야구계를 뒤흔들었다. 지바 롯데 입단 당시부터 당장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단과 이구치 다다히토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사사키는 2020년 입단 첫해 1군은 물론 2군 공식 경기에도 단 한 차례 등판하지 않았다. 실전 투입보다 프로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시속 160km가 넘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과 그 공을 한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단은 사사키의 신체 상태와 투구 강도를 세심하게 관리했다. 불펜 투구와 라이브 피칭 등 단계별 훈련을 통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하를 확인했고 무리한 실전 투입을 피했다. 빠른 데뷔를 기대하는 팬들의 관심보다 장기적인 성장을 우선했다. 당장의 흥행과 성적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구단은 미래를 선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사키는 2021년 1군에 데뷔했고 2022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큼 성장했다. 물론 사사키 역시 부상과 내구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바 롯데는 어린 투수의 압도적인 재능을 당장의 성적을 위해 무리하게 소모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오타니 쇼헤이를 키운 닛폰햄 파이터스의 방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오타니는 사사키와 달리 입단 첫해인 2013년부터 1군 경기에 출전했다. 상당 기간 2군에 머물며 데뷔를 늦춘 사례는 아니다. 닛폰햄 육성의 핵심은 1군 데뷔 시점보다 철저하게 계획된 투타 겸업 프로그램 안에서 출전과 훈련, 회복을 관리했다는 사실에 있다.


닛폰햄은 오타니를 기존 선수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투수로 등판한 이후 얼마나 회복해야 하는지, 타자로 출전할 때 투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훈련 강도와 경기 출전 일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세밀하게 따졌다. 투수와 타자를 모두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두 역할을 무작정 맡긴 것이 아니라 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었다.


투수로 등판하는 날과 타자로 출전하는 날을 구분하고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투구 후 피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타격 훈련이나 경기 출전을 반복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체력 강화 역시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투구와 타격이라는 서로 다른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닛폰햄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오타니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였다. 투타 겸업이라는 전례가 많지 않은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선수의 재능만큼이나 구단의 관리 능력이 중요했다. 닛폰햄은 오타니를 단순히 잘 던지고 잘 치는 선수로 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육성 시스템이 필요한 특별한 선수로 대했다.


하현승 역시 마찬가지다. 키움이 투타 겸업을 추진한다면 일반적인 신인 육성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수로서의 투구 메커니즘과 타자로서의 스윙 메커니즘을 함께 분석해야 하고 두 동작이 신체에 주는 부담도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투구한 다음 날 타격 훈련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타자로 많은 경기를 소화한 뒤 투수로 등판해도 구위와 제구가 유지되는지, 회복에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정은 몇 차례의 연습경기나 스프링캠프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한 시즌 전체를 육성 과정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일정한 투구 수와 이닝을 소화하게 하고 회복 상태를 점검한 뒤 다시 타격 훈련과 실전 출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투타 겸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어느 쪽에 집중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지도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무조건 1군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현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1군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기회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1군에 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올리는 것과 선수가 준비됐기 때문에 올리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키움에는 하현승을 당장 활용하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역대 최고 계약금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팬들의 기대도 크다.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든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든 그 자체로 화제가 될 선수다. 선수층이 얇은 현실까지 고려하면 하현승의 재능을 최대한 빨리 1군 전력으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키움의 육성 철학이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쓸 수 있는 선수와 지금 써야 하는 선수는 다르다. 1군에서 버틸 수 있는 수준과 1군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 역시 다르다. 키움이 16억원을 투자한 이유가 단순히 1군에서 버티는 선수를 얻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하현승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할 기회를 무한정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시키는 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다면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이를 고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성적에 쫓기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퓨처스리그에서 보내는 1년이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라 체계적인 성장의 시간이 된다면 1군에서 보낸 1년보다 훨씬 값진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키움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16억원짜리 신인을 앞세워 당장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인지, 아니면 16억원의 가치를 뛰어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사사키를 기다린 지바 롯데와 오타니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닛폰햄이 보여준 것은 하나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에게는 그 재능만큼 특별한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현승이 2027년 1군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시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28년, 2029년 더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다면 그 기다림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16억원이라는 숫자가 키움을 조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돈이 크기 때문에라도 더욱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하현승의 첫해 목표는 1군에서 몇 승을 거두거나 몇 개의 홈런을 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16억원을 투자한 키움이 진짜 증명해야 할 것은 하현승을 얼마나 빨리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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