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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0 15: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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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를 잡아낸 초정밀 선구안, 멀티히트를 만든 정교한 배트 컨트롤. ‘타격 괴물’로 진화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한국인 메이저리거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을 새로 썼다.
이정후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을 남겼다.
이정후는 지난달 15일 LA 다저스전부터 이어온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7경기로 늘렸다. 한국인 빅리거 최장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추신수(당시 신시내티 레즈)가 2013년, 김하성(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3년에 작성한 16경기 연속 안타였다. 전날 워싱턴전에서 5타수 4안타를 몰아치며 추신수, 김하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정후는 하루 만에 이들을 넘어섰다.
신기록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수 땅볼에 그친 이정후는 0-2로 끌려가던 3회 2사 1루에서 워싱턴 왼손 선발 앤드루 알바레스를 상대했다. 초구가 스트라이크존 위쪽 경계로 들어왔다. 주심 젠 파월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정후는 곧바로 헬멧 쪽을 톡톡 두 번 두드렸다. 챌린지를 신청하겠다는 표시였다.
판정은 곧바로 뒤집혔다.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불과 0.1인치, 약 0.25㎝ 벗어난 볼이었다. 이정후는 이후 3볼-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알바레스의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한국인 빅리거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가 0-3으로 뒤진 5회 2사 1, 3루에서 바뀐 투수 브래드 로드를 상대로 끈질기게 승부했다. 그리고 6구째, 몸쪽 낮게 떨어지는 시속 94.6마일 공을 놓치지 않았다.
완벽하게 걷어 올린 타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배트 중심을 끝까지 공에 맞혔고,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1루수 오른쪽을 스쳐 파울선상을 타고 흘렀다. 이 사이 라파엘 데버스와 루이스 아라에스가 모두 홈을 밟았다. 0-3으로 끌려가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2타점 2루타로 2-3까지 따라붙었다.
이후 타석에서는 추가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이정후는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로드를 상대로 7구 승부를 벌였지만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9회에는 올랜도 리발타를 상대로 1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경기 중반 한때 타율을 0.338까지 끌어올렸고, 마지막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0.335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MLB 전체 타율 부문 2위다. 1위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오토 로페스(0.341)다. 격차는 6리다.
이정후의 물오른 타격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MLB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이정후의 존 안 콘택트율은 94.3%다. 헛스윙률은 13.2%, 삼진율은 10.0%에 그친다.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좀처럼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낸 공은 대부분 맞혀낸다는 뜻이다.
올해는 안타가 될 타구 형태도 늘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지난해 23.9%에서 올해 33.5%로 9.6%포인트 올랐다. 스위트스폿(방망이와 공이 접촉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점) 비율도 지난해 34.1%에서 올해 38.9%로 상승했다. 공을 무작정 세게 치기보다,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각도와 궤도로 보내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구종별 대응력도 좋아졌다. 특히 지난해 약점으로 보였던 슬라이더 공략 성적이 크게 올랐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지난해 슬라이더를 상대로 타율 0.190, 장타율 0.310, wOBA(가중 출루율) 0.273에 그쳤다. 올해는 슬라이더 상대 타율을 0.452, 장타율 0.484, wOBA 0.414까지 끌어올렸다. 포심패스트볼 상대 타율도 0.389, 장타율 0.583으로 뛰어나다.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변화구까지 안타로 만들면서 상대 투수 입장에선 승부가 더 까다로워졌다.
빡빡한 일정도 이정후의 타격감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카고 원정 야간경기를 마치고 새벽에 돌아왔지만 이정후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특히 선수들이 해가 뜰 무렵에야 잠자리에 들 정도였지만, 이정후는 4개의 안타를 쏟아냈다. 이정후는 당시 현지 취재진에 “KBO리그 시절에도 원정을 마치고 새벽 3∼4시에 돌아오는 일정이 있었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하루 뒤 다시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워싱턴에 3-6으로 패했다. 전날 불펜 난조로 승리를 놓친 데 이어 다시 아쉬운 경기를 남겼다. 하지만 패배 속에서도 이정후의 존재감은 또렷했다. 팀은 연이틀 고개를 숙였지만, 이정후의 방망이만큼은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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