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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10점 차 이상 대패를 당했다. 가뜩이나 떨어지는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2연패로 더 떨어졌다. 이제는 사실상 기적을 바라야 하는 처지지만, 두 경기 경기력을 보면 그 또한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직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14일 잠실 LG전에서 0-14로 대패하며 연승이 끊긴 KIA는 16일 광주 한화전에서도 1-11로 크게 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14일의 경우는 선발 양현종을 시작으로 마운드가 조기에 무너졌고, 16일에는 신인 김태형의 4이닝 1실점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펜이 승부처를 버티지 못하고 장타를 허용하며 다시 무너졌다. 2경기에서 합계 1점을 내는 데 그친 타선 부진은 공통 분모였다.
무기력한 경기력에 KIA 선수단이 시즌을 이미 놓아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들 정도였다. 실제 16일의 경우 경기 막판 공격에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그러나 팀의 수장인 이범호 KIA 감독은 "무기력하게 선수들이 준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습도 하고, 준비도 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팀은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그런데 이 감독의 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의 경기가 다시 펼쳐졌다. KIA는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2-6으로 졌다. 3연패에 빠지면서 5위 삼성과 경기차가 4.5경기까지 벌어졌다. 이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트래직 넘버의 소멸과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못 던지고, 못 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제 지난 두 경기에서의 대패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간 경험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난타를 당해 점수차가 도드라진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비에서의 모습은 KIA 선수단의 집중력이 떨어졌거나, 혹은 쫓기고 있거나, 어쩌면 둘 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1회부터 그런 모습이 나왔다. 1사 후 리베라토가 좌중간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리베라토가 코스를 확인한 뒤 바로 2루로 뛰었다. 공을 잡은 중견수 김호령도 지체 없이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러나 리베라토가 먼저 2루에 들어갔고, 공도 옆으로 조금 샜다. 여기까지는 항상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나왔다. 김호령의 송구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2루수 김선빈이 공을 뒤로 빠뜨린 것이다. 김선빈이 뭔가 홀린 듯했다. 여기까지도 그렇다 칠 수 있었다. 약속대로 송구 방향에 따라 다른 선수들이 백업을 하고 있었다. 1루수 패트릭 위즈덤과 포수 한준수가 그 방향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위즈덤도 포구를 못했고, 그 사이 리베라토가 3루까지 들어갔다. 리베라토는 문현빈의 내야를 살짝 건너는 우중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어쩌면 안 줄 수도 있는 점수였다.
1-1로 맞선 3회에는 결국 이범호 감독을 움직이게 한 장면이 나왔다. 선발 김건국이 2사 2루에서 리베라토에게 중월 2점 홈런을 맞고 다시 끌려가게 된 상황이었다. 물론 경기 초반이라 아주 뼈아픈 홈런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 다음 상황에서 나왔다. 문현빈의 타구가 내야와 외야 경계 부근에 떴다. 2루수 김선빈이 낙구 지점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비 때문인지 이 공을 흘리면서 이닝이 끝나지 못했다.
비가 온다고 해도 체공 시간도 충분했고, 이미 낙구 지점에 가 있는 상황이라 김선빈이 반드시 처리하고 이닝을 닫았어야 했다. 그러나 김선빈이 살려준 한화 타선은, 노시환이 바로 좌월 투런포를 치며 잔인하게 복수를 했다. 1-3과 1-5는 달랐다.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김선빈을 교체했다. 김규성이 대신 2루에 들어갔다. 누가 봐도 문책성 교체였다. 할 말이 없었던 김선빈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사실 그래도 핵심 타자인 김선빈을 3회부터 빼는 건 공격력 저하의 리스크가 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감독 체제 초기에는 베테랑 선수의 수비 문책성 교체는 드물었다. 하지만 가끔씩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김선빈이 빠졌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볼 보듯 뻔했다. 이범호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KIA는 1-5로 뒤진 3회 반격에서 박찬호가 추격의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조금 바꿨다. 하지만 4회는 삼자범퇴였다. 김기훈이 한화 타선을 잘 잡아주고 있었지만 5회 선두 윤도현의 안타, 1사 후 김규성의 안타로 만든 1사 1,2루 기회에서 최형우 위즈덤이 모두 내야 뜬공에 그치며 팀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이후에도 타선은 계속 부진했다. 류현진을 6회는 삼자범퇴로 물러섰고, 7회에는 선두 김호령이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후속타가 없었다. 반대로 2-5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라온 최지민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끝에 결국 리베라토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점수차만 더 벌어졌다. KIA는 나름 불펜 베테랑들을 총동원하며 버텼지만, 타선이 지독하게도 터지지 않았다.
8회에도 중심타선이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9회에는 최근 팀 상황상 푹 쉰 마무리 정해영까지 올라왔지만 9회까지 기적의 시나리오는 없었다.
KIA는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를 보인 제임스 네일의 대체 선발격인 김건국이 2⅔이닝 6피안타(2피홈런) 5실점(2자책점)으로 3회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두 번째 투수 김기훈이 2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분전했고, 이후 불펜 투수들도 잘 던졌지만 타선 응답이 전혀 없었다. 윤도현 최형우가 2안타, 박찬호가 홈런을 치며 분전했지만 응집력이 없었다.
반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강해진 한화는 최근 타선 기세를 이어 가며 끝내 연승에 성공하고 선두 LG 추격을 계속했다. 선발 류현진이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9번째 승리를 거뒀고, 불펜도 안정감 있게 이어 던지며 비교적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노시환과 리베라토가 홈런포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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