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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5년간 LA 다저스는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만큼 많은 돈을 썼다. 효용을 다한 선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적어도 가격 대비 성능비를 생각하면 이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저스틴 터너(41·시카고 컵스)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터너는 2013년까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아주 못 미치는 타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 치는 타자도 아니었다. 2013년까지 뉴욕 메츠에서 뛰다 방출을 당하기도 했다. 2014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을 당시, 그를 영입한 다저스도 터너가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날아오를 줄은 몰랐다.
터너는 바늘구멍 뚫기라는 '초청 선수→메이저리그 로스터 합류' 공식을 만들었고 2014년부터 다저스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4년 109경기에서 타율 0.340, 출루율 0.404를 기록하며 주전 3루수로 자리했고, 이후 오랜 기간 다저스의 핫코너를 지켰다. 출루와 장타가 조합된 성적도 매력적이었지만, 중요한 순간 클러치 능력을 과시하며 '터너 타임'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실제 터너는 득점권에서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여줬고, 당시 다저스에서 뛰던 류현진의 팀 동료로 류현진을 공·수에서 많이 돕기도 해 국내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포스트시즌에서 대활약을 해 '중요한 상황, 큰 경기'에서 강하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는 다저스와 4년 64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마이너리그 계약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다저스에서 뛰는 동안 그렇게 큰 부상도 없이 자리를 지킨 터너는 2022년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다저스와 이별했다. 다저스 팬들의 큰 박수를 불러 일으킬 정도의 활약이었다. 터너는 다저스에서의 9년 동안 1075경기에 나가 타율 0.296, 156홈런, 57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5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나이가 들면서 터너 타임도 시들해지고 있다.
터너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계약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연장 계약에 이르지는 못했고, 2024년 시즌을 앞두고는 토론토와 계약했으나 시즌 중반 시애틀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 139경기에서 타율 0.259, OPS 0.737로 전성기보다 떨어진 성적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시카고 컵스와 1년 60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역시 방망이에 힘이 떨어지고 있다.
터너는 올해 74경기에서 타율이 0.213까지 떨어지면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76타석에서 홈런은 세 개에 머물렀다. 컵스에서 백업의 몫을 감수하고 있는 터너지만, OPS 0.600이라는 성적은 사실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를 올리는 게 더 나은 수준이다. 2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적이 추락했다. 나이가 마흔을 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터너 타임'의 기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거취다. 터너는 아직 은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 적은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계약 상황이 길어질 당시에도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고, 결국 컵스와 1년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내년 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타격 성적이 너무 떨어졌고, 더 이상 터너는 3루수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은 주로 1루수와 지명타자를 보고 있다. 이 포지션에 터너보다 득점 생산력이 좋은 선수는 차고 넘친다. 시장에서도 저렴하면서도 터너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꽤 많다. 내년 42세가 되는 나이도 부담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올해보다 성적이 좋을 가능성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터너의 전체적인 경력을 보면 다저스 이적이 인생 역전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터너는 2013년 뉴욕 메츠 시절 연봉이 약 60만 달러였던 선수다. 2014년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할 때도 100만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고액 연봉자가 되더니 평생 수입이 약 1억4160만 달러에 이르는 갑부가 됐다. 이제 돈보다는 현역 연장에 초점을 맞출 터너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얼굴을 비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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