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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팀의 마무리로 승격돼 사실상 풀타임 마무리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서현(21·한화)은 8월 초 부진을 딛고 최근 경기력이 조금씩 정상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한 고비를 넘긴 듯한 느낌을 준다.
7월 말까지 시즌 1.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를 다퉜던 김서현은 8월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구가 흔들렸다. 공이 존에 잘 들어가지 않으며 볼카운트 승부가 불리해졌고, 끝내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을 내주거나 어쩔 수 없이 존 안으로 들어가다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마무리의 붕괴는 팀의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화의 LG의 맹추격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실제 김서현은 8월 첫 경기인 대전 KT전부터 19일 대전 두산전까지 8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5.88이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마무리가 흔들리면 불펜 운영 전체가 흔들린다. 마무리까지 가는 길을 놓고 매경기 불펜 구상을 하기 마련인데, 애써 막아놓은 경기가 마무리의 난조로 날아가면 팀에 주는 타격은 1패 이상이다.
그러나 그런 김서현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김서현은 24일 대전 SSG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모처럼 깔끔한 세이브를 거뒀다. 이어 26일과 27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24일 SSG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시속 157.0㎞(트랙맨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150㎞대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처럼 김서현이 한 고비를 넘긴 가운데 이제 한화 구단 역사에 이름을 추가하기 일보직전이다. 이글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단일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세 명뿐이었다. 2006년 구대성이 37세이브로 구단 기록을 가지고 있고, 2008년 브래드 토마스가 31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리고 가장 근래에는 2018년 정우람이 35세이브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세 명의 투수 모두 좌완이다. 29일 현재 29세이브를 기록 중인 김서현은 1세이브만 추가하면 구단 역사상 첫 우완 30세이브의 주인공이 된다.
다만 이런 김서현까지 가는 길을 더 평탄하게 닦아야 한다는 숙제는 있다. 한화가 올해 2위라는 성적을 거두면서 1위 LG 추격에 나선 것은 역시 마운드의 힘이 크다. 선발은 리그 최정상급이고, 불펜도 필승조가 잡을 경기를 잡아주면서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갈 수 있었다. 이닝도 잘 나눠 들었다. 전반기 한화 선발진은 474⅓이닝을 소화해 KT에 이어 선발 평균 이닝 2위였다. 불펜도 자연히 부하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한화의 경기당 선발 평균 이닝은 리그 7위까지 떨어졌다. 5선발 자리에 문제가 생겨 이날은 불펜이 조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코디 폰세와 문동주가 가벼운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것도 악재였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불펜 투수들이 총 136⅔이닝을 소화해 NC(158⅓이닝)와 SSG(146⅓이닝)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NC는 이 이닝을 18명의 선수가 나눠 든 반면, 한화는 단 11명의 선수가 소화했다. 11명 중에도 특정 그룹의 이닝 소화가 많았다. 전체 11명 중 후반기 들어 불펜 1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가 8명이다. 다른 팀에 비하면 주축 불펜 투수들의 부하가 적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29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선발 황준서가 2이닝 5실점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불펜 투수들의 분전이 이어졌지만 결국 3-5로 지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종수(1이닝), 조동욱(2이닝), 윤산흠(2이닝), 김범수(1이닝), 그리고 박상원과 이태양까지 마운드에 올랐지만 총력전이 무색할 만큼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마당쇠로 뛰고 있는 김종수(19⅔이닝)를 비롯, 박상원(17⅔이닝), 정우주(17⅓이닝), 김범수(16이닝), 한승혁(15이닝)이 자주 호출된 가운데 선발과 불펜을 오간 조동욱도 고된 일정 속에 14이닝을 던졌다. 결국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더 중요해졌고,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길게 던질 수 있는 자원의 확보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9월부터는 엔트리가 확장되고 경기가 매일 벌어지지는 않는 만큼 한화 불펜이 잘 쉬며 경기력을 유지한 채 가을잔치로 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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