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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1패’를 ‘1승1무’로…조현우 ‘거미손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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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의 시계가 멈출 무렵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킨다. 페널티킥(PK)을 의심해 비디오 판독(VAR)을 진행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한 선수가 갑자기 골문에서 벤치로 달려온다.


등번호 21번의 날렵한 몸매의 선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11m의 러시안 룰렛’이라 불리는 PK도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라운드 안팎 모두가 주목하는 순간, 한 쪽으로 몸을 던진 이 선수가 공을 걷어내면서 상황이 종료된다. 요즘 놀라운 PK 선방을 잇달아 선보인 골키퍼 조현우(34·울산)의 일상이다.


조현우는 지난주 K리그1에서 울산 HD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시작은 5일 포항 스틸러스와 12라운드였다. 라이벌전이라 더 치열했던 이날 경기에서 울산은 1-1로 맞선 후반 45분 포항에 PK를 내줬다. 루빅손이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트래핑 미숙으로 핸드볼 파울을 범한 탓이다. 자칫 패배할 뻔한 위기에서 조현우가 믿기지 않는 선방쇼를 펼쳤다.


조현우는 상대 PK 키커인 주닝요가 찰 방향을 미리 알고 있는 듯 왼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가볍게 공을 걷어냈다. 안방에서 패배를 각오했던 팬들은 마치 이긴듯이 함성을 쏟아냈다.


11일 제주 SK 원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울산이 2-1로 앞선 종료 직전 보야니치의 핸드볼 반칙으로 제주에 PK를 내줬다. 그러나 조현우는 제주의 PK 키커인 유리 조나탄의 오른발 슛 방향을 미리 읽어내면서 손쉽게 막아냈다. 2경기 연속 PK 선방쇼 기록이 나왔다. 축구에서 PK는 골키퍼가 아닌 키커에게 절대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조현우도 PK 선방률 자체는 26%(47회 중 12회 선방)다. 올해 선방쇼는 더욱 특별하다.


현장에서는 조현우의 기량이 지난해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이래 물이 올랐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반응 속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약점을 보완할 만한 경험이 쌓였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PK가 막힌 직후 “저런 골키퍼를 데리고 있는 팀을 어떻게 이기냐”고 한탄했다.


조준호 울산 GK 코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조 코치는 상대 팀 주요 키커들을 분석한 영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PK 직전 따로 족집게로 잡아주고 있다. 조현우가 PK를 막기 전 굳이 골문에서 벤치까지 달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현우는 “조 코치님이 정확히 (어느 쪽으로 상대가 찰 것인지) 알려주셨고 그 방향을 믿고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조현우와 조 코치의 호흡은 울산이 올해도 우승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긴다. 조현우가 막아낸 2개의 PK 선방으로 울산이 추가한 승점만 3점이다. 조현우는 “1위(대전 하나시티즌)와 승점 차가 조금 벌어졌지만 곧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울산은 더 높은 순위에 있어야 하는 팀이다. 우리 선수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올해 남은 경기에서도 (우승 도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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