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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일 만에 1군에 돌아온 LG 오른손투수 배재준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달라진 투구 폼보다 놀라운 점은 구속이었다. 시속 150㎞를 찍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전에서 본 구속은 그 이상이었다. 배재준이 삼성 박병호를 상대로 던진 3구는 시속 153.4㎞ 직구. 몰린 공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배재준이 이겼다. 타구는 중견수 뜬공이 됐다.
배재준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두고 마운드에 올랐다. 1군 등록은 15일. LG는 알레르기 여파로 고열 증세를 보인 베테랑 김강률을 1군에서 말소하면서 배재준을 올렸다. 염경엽 감독은 배재준의 1군 콜업 배경에 대해 "지금 제일 좋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시속 150㎞가 나온다. 구속이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밸런스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배재준의 마지막 1군 등판은 지난 2023년 5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였다. 배재준은 이 경기에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다시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1군 등록일수는 단 11일. 11일 동안 단 1경기 1이닝에 나왔고 그마저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채 기회를 잃었다. 2024년에는 단 하루도 1군에 머물지 못한 채 퓨처스 팀에만 머물렀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해 39경기에서 3.8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3승 1패 6홀드 1세이브를 남겼다. 올해는 퓨처스리그 개막 후 8경기 11⅓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11탈삼진을 기록하면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염경엽 감독의 구상에서 배재준의 이름은 한참 뒤에 있었다. 불펜에는 필승조 외에도 1군에서 주목하는, 기대하는 선수들이 이미 많았다. 지난해 부진했다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박명근과 백승현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여기에 신인 김영우가 기대주로 떠올랐다.
염경엽 감독은 김강률의 1군 말소를 두고 "6월에 이정용(상무 전역 예정) 유영찬(부상 후 복귀 준비)이 오면 지금 멤버에서 두 명은 빠진다"며 투수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1군 경력이 있는 선수들도 이런 상황에서, 배재준이 낄 자리는 냉정하게 말하면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배재준은 지는 경기에서 롱릴리프를 맡는다"고 말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16일 경기는 배재준에게 더는 없을지도 모를 기회였다. 지는 경기 롱릴리프 같은 보직을 굳이 프로에서 10년 넘게 뛴 30대 선수에게 맡길 이유는 없다. 배재준의 이번 1군 등록이 단순히 퓨처스 팀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보상에 머물 수도 있었다.
배재준은 12-2로 크게 앞선 9회 나와 첫 타자 류지혁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다 중전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직구 구속이 계속해서 150㎞를 상회했다. '150㎞를 찍었다'가 아니라, 손쉽게 넘겼다.
달라진 구속은 바로 다음 타석에서 효과를 보였다. 이번 상대는 박병호. 배재준은 볼카운트 1-0에서 연달아 직구를 던졌다. 구속은 152㎞, 153㎞가 나왔다. 박병호에게 던진 3구째는 소수점 아래 한 자리까지 나타난 트랙맨 데이터로는 153.4㎞였다.
큰 산을 넘긴 배재준은 다음 두 타자를 공 3개로 가볍게 막아내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후배 내야수들과 함께 승리 세리머니를 한 뒤 보란듯 포효했다. 차마 기사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이었지만 무슨 마음이었는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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