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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무색한 강속구였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김서현(21)이 최고 시속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미스터 제로’ 등장이다.
김서현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9회초 구원등판,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한화의 7-1 승리.
6점차 리드로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김서현의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영상 7.4도에 초속 4.4m 비바람까지 몰아치며 강추위가 기승을 불렸다. KBO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인 한화 선발 문동주도 이날 최고 구속이 시속 153km로 올 시즌 4경기 중 가장 낮게 나왔다. 평균 구속도 시속 149km로 지난 8일 잠실 두산전보다 5km 떨어졌다.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문동주이지만 강추위 때문에 고생했다. 경기 후 그는 “너무 추워서 자동으로 완급 조절이 됐다. 바람도 너무 많이 불고, 마운드에서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9회초 모습을 드러낸 김서현은 추위가 무색한 강속구를 펑펑 꽂았다. 반팔 차림으로 마운드에 올라온 김서현은 첫 타자 임병욱 상대로 초구부터 시속 156km 강속구를 꽂으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3구째 156km 하이 패스트볼로 임병욱을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김서현은 다음 타자 전태현에게 초구 158km 강속구를 꽂으며 기어를 올렸다. 이어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몸쪽 낮은 155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여세를 몰아 김건희도 3구 삼진 처리했다. 초구 151km 직구를 몸쪽 낮게 꽂으며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2구째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김건희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3구째 157km 직구를 몸쪽에 꽂아넣으며 ‘KKK’ 이닝을 완성했다.
총 투구수 11개로 스트라이크만 9개. 최고 158km, 평균 156km 직구(8개), 슬라이더(3개) 투피치로도 충분했다. 188cm 큰 키와 긴 팔로 채찍 휘두르는 것 같은 강력한 팔스윙으로 강속구를 펑펑 꽂았다. 가뜩이나 치기 어려운 공들이 존에 들어오니 타자들이 대처가 되지 않았다. 직구 8개 중 3개가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날까지 김서현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3세이브 1홀드를 거두며 1점도 주지 않았다. 8⅔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만 허용했을 뿐 삼진 7개를 잡으며 무실점 행진 중이다. WHIP 0.58, 피안타율 1할1푼1리. 아직 시즌 초반이긴 ‘끝판왕’ 느낌이 들 만큼 위력적이다.
중간 필승조로 개막전에 홀드를 기록한 김서현은 기존 마무리 주현상이 재조정을 위해 2군에 내려가면서 마무리로 승격됐다. 지난달 29일 대전 KIA전에서 5-4로 앞선 9회초 첫 세이브 상황을 막아내며 스타트를 잘 끊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6~7회와 9회 들어가는 건 압박감이 다르다. 처음이 어려운데 스타트를 잘 끊었다”며 “마무리라는 자리가 쉽지 않다. 때로는 블론세이브도 하겠지만 자꾸 경험을 쌓으면서 마무리 옷을 잘 입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서현은 “아직 마무리가 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현상 선배님이 맡으셔야 하는 자리를 잠깐 임시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무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 주현상 선배님 못 따라간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이후 세이브 2개를 추가했다. 지난 5일 대구 삼성전, 9일 잠실 두산전에도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올해 세이브 3개 모두 1점차 상황에서 거둬 마무리로서 멘탈도 합격이다. 입단 3년차에 마무리투수 꿈을 이룬 김서현의 성장세가 그의 볼 스피드만큼이나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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