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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0년 전, 한국인 투수가 '랜디 존슨'을 두들겼다… 전설의 장면 소환, 미국은 영원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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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56)은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불세출의 스타다.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좌완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클로저 중 하나였다. 국제 무대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남겼고,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했다.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공을 끝까지 숨겨 나오는 독특한 폼으로 특히 좌타자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선수였다. 1993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2010년 한화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때까지 KBO리그 통산 569경기에서 67승71패214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2.85로 활약했다. 한화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기억으로 남아있는 1999년 당시에는 마무리로 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구대성은 한화에서 2000년까지 활약한 뒤 잠시 해외로 떠났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뛰었고, 2005년은 뉴욕 메츠와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20년 전 오늘, 구대성은 여전히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기억하는 전설적인 장면을 남겼다. 바로 그의 메이저리그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였다.

구대성은 2005년 5월 22일(한국시간) 셰이 스타디움(뉴욕 메츠의 과거 홈구장)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7회 선두 타자로 나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고, 투수도 타석에 들어가야 했다. 구대성은 7회초 등판한 상황이었고, 8회에도 등판 계획이 있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많은 이들이 안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일단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그 전설적인 랜디 존슨이었다.

하지만 구대성은 굴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안타가 하나도 없었던 구대성은 존슨의 가운데 공을 통타해 중견수 방향으로 나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렸다. 데이비드 라이트 등 더그아웃의 동료들이 난리가 났고, 구대성 타석 전 "구대성이 안타를 치면 거금을 기부하겠다"고 농담을 한 마이크 피아자를 놀리기 시작하는 등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당황한 피아자의 모습 또한 여전히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구대성의 '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사 2루에서 메츠는 후속 타자 호세 레예스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1사 3루를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실제 레예스는 번트를 잘 댔고, 구대성을 3루까지 보냈다. 그런데 1루수가 잠시 방심을 한 틈을 타 구대성이 홈으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순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인해 홈팬들을 그야말로 미치게 했다.

투수가 랜디 존슨을 상대로 2루타를 친 것도 놀라운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점퍼를 입고 홈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구대성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동료들의 축하를 한몸에 받았다. 경기도 이겨 이날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구대성은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당시의 슬라이딩을 후회했다. 야수와 투수의 몸은 다르다. 야수는 언제든지 몸을 던질 수 있게끔 몸의 설계가 되는 반면, 투수는 그렇지 않다. 오직 투구를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무리한 슬라이딩은 어깨와 옆구리의 타박상, 신체 밸런스의 미묘한 변화로 이어졌다. 구대성은 이 슬라이딩 이후 한동안 고생을 했다. 7월부터 경기력은 조금 살아났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 시즌만 뛴 뒤 한국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메이저리그에서 고작 한 시즌밖에 뛰지 않았던 구대성을 널리 알리는 장면으로 남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5월을 'AAPI(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기념의 달'로 지정하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아시아 선수들, 그리고 아시아계 선수들을 조명하고 있다. 여러 선수들의 헌정 영상을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는데 구대성은 역시 이 장면이 뽑혔다. 딱 20년 전의 이야기다.

구대성은 이 안타로 메이저리그 통산 5할 타자(2타수 1안타)라는 농담 섞인 별명을 갖게 됐고, 투수로는 33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승패 세이브 없이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당시 구대성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보다 7% 좋았으며, 나름 쏠쏠한 좌완 릴리버였다.

구대성은 2006년 한화로 돌아왔고, 당시 신인이었던 류현진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전수하며 '괴물'의 탄생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류현진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쏠쏠한 타격 실력으로 선배 구대성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 그렇게 역사는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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