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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기다림 끝에 돌아왔다.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어깨 부상 후 첫 실전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23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도 6-1로 승리하면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290일 만의 타석, 곧장 총알 타구로 화답했다. 1회 초였다. 텍사스의 우완 선발 투수 타일러 말리가 던진 초구를 공략해 시원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시속 148.5㎞ 직구를 공략한 가운데 이정후의 타구 스피드는 169.1㎞까지 찍혔다. 9이닝 동안 양 팀에서 나온 인플레이 타구 중 8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그간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정교하고 날카로운 타격 능력이 번뜩인 순간이었다. 이어진 타석에서는 삼진(3회), 1루수 땅볼(5회)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신시내티 레즈와의 정규리그 경기 도중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빅리그 데뷔 시즌을 조기 마감한 바 있다. 최종 37경기 출전,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41을 기록했다.
수술 후 재활 과정에 돌입한 그는 완벽한 복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아버지 이종범 KT 1루 주루·외야 코치는 “(이)정후의 몸이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좋다. 준비를 잘했으니 지난 시즌 아쉬움을 털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야 수비도 걱정 없다. 텍사스전에서는 1회와 4회 두 차례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 중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범경기는 일종의 예고편과도 같다. 특히 뛰어난 콘택트는 KBO리그를 넘어 MLB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2024시즌 마크한 헛스윙률(9.6%)과 삼진율(8.2%)이 방증이다. 올 시즌 역시 기대가 높다.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부터 여실히 보여줬다.
다만, MLB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증명해야 할 게 적잖다. 가장 큰 건 역시 건강한 몸이다. 직전 시즌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모두가 이정후의 풀타임 소화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 후 MLB.com 등 현지 매체와 만난 이정후는 “지금 당장 ‘공수에서 100% 자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금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많은 실전 감각을 쌓아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갈 길이 멀지만 첫 단추를 잘 채웠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리드오프로 나섰지만, 올해는 좀 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3번 배치를 시사한 바 있다. 낯선 자리는 아니다. 한국에선 통산 2017타석을 소화했을 정도로 오히려 가장 익숙한 타순이다.
한편,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의 성적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Steamer)는 이정후가 올 시즌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575타수 168안타) 14홈런 74타점 10도루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예상수치는 3.8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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